본문 바로가기

재클린 원주를 여행하다

“그곳에 길이 있어, 여행은 시작된다"

<재클린 원주를 여행하다> 스케치

 

그곳에 길이 있어, 여행은 시작된다



 

치악산을 휘돌아 구비구비 이어지는 411 지방도를 따라 달리며,

기타 연주가 시작된다.

 

길을 이어 받은 바이올린 선율은,

차창 너머 펼쳐지는 풍경을 그려낸다.

 

폐쇄된 간현역 승강장, 깨진 유리가 그대로 방치된 간이대합실에서

우쿨렐레 연주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간이역 기찻길의 서운함을 노래한다.

 

여행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서운함을 담아 술 한 잔,

빚은 술과 이야기가 가야금 소리가 이끄는 대로 그저 흘러간다.

 

술도 깰 겸, 시장으로 나가보자.

중앙시장과 걷고 싶은 거리의 익숙한 소음과 함께 기타 소리가 정겹다.

 

숨어 있던 아담한 반곡역지금은 주위가 온통 발가벗겨져, 찾아가는 길이 많이 아프다.

대합실 갤러리에서 기타 연주가 홀로 남겨진 이 무정차 간이역을 위로한다.

 

밤이 되고, 지하상가에서부터 텅 빈 거리를 걷는다.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함께 걷는다.

 

날이 밝고 다시, 발걸음을 이어 백 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용소막성당을 찾는다.

성당 안 마리아상 아래에서 기타 연주가 흐른다.

 

꼬불꼬불 낯선 시골마을 몇 개를 지나 한참을 찾아 들어간 부론의 거돈사지 절터에서는

이제 그만,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천천히 걷다 보니 익숙하던 것도 낯설고,

그래서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던,

그런 여행이 끝났다.

 

이제 곧, 일 년 후 다시 만나게 될

원주의 세 번째 음악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