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기차가 들르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어느 날 문득, 소년이 전화를 걸어와 원주에 가겠노라 했다.
나는 잠과 피곤이 덜 깬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기에
그 소년의 목소리가 반갑지만은 않았다.
어디를 데려가야 하지? 뭘 먹이지?
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곳이, 아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보헤미안 같은 삶을 산 이유도 있을 테지만,
무지했고 무관심했고 사랑하지 않은 탓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때 소년과의 만남은 불발되었다.
하지만 언제든 그 소년이 온다 하면 지금은 괜찮다.
내가 사는 이곳, 보여주고 싶고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나는 많이 아팠고, 그래서 자꾸만 동굴로 들어가고 있을 때
내 친구 J와 M은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햇살과 바람이 좋았다.
어느 날에는 바람이 책을 읽어주었다.
가는 곳마다 이야기가 있고, 맛난 먹을 것이 있고, 산이 있고 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어,
춤을 추고 노래하고 싶어졌다.
원주를 여행할 수 있게 해준, 그리고 계속 함께 여행할 내 친구 Jacklin과 Maverick에게 참으로 고맙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 보헴, 지나, 미끼, 슉슉, 웅, 큐 - 모두 이번 여행이 가져다준 크나큰 선물, 크나큰 인연.
비로소 나는 원주를 걷는다. 원주를 여행한다.
-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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