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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원주를 이야기하다

작업후기 6. Mr. Angler - Jacklin Ramirez


3부작 ‘원주 시리즈’의 마지막,

<재클린 원주를 이야기하다>에 마침표를 찍으며

 

원주라는 동네에서­ 참 오랫동안 살고 있다. 참 뭐 하나 매력적인 게 없는 도시다. 그나마 둘러보면 시원스럽게 솟아있는 산자락들이 볼만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여의치 않고 봉천내도 인공 하천처럼 변해간다. 떠나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 이런 대상 없는 투정이 아찔할 만큼­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마흔 번의 여름과 겨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무 번의 겨울이 지날 즈음에는 나의 신체적 노화­가 얼마나 진행될지 가늠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평과 잘난­척으로 채우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난­ 결심했다.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기로.

 

작심하고 노는 첫 번째 프로젝트가 ‘재클린 원주 시리즈’다. 사실 일로 생각했다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무모한 시리즈다.

첫 번째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2011)는 ‘원주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원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과 즐겁게 만든 음반이다. 두 번째 <재클린 원주를 여행하다>(2012)는 ‘원주에는 뭐 볼 게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원주 곳곳을 다니며 추억과 역사가 담겨있는 공간들에서­ 연주하고 녹음했다.

마지막 세 번째 <재클린 원주를 이야기하다>(2013)는 원주 시리즈의 가장 무모한 프로젝트다. 아홉 명의 작가들이 원주를 탐방하고 각자의 상상력으로 쓴 아홉 개의 단편을 묶어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OST 음반을 함께 제작했다.

 

3부작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은 인생은 막연히 대단하지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참고 인내하며 미래를 꿈꾸고 살기에 삶은 지루하고 시간은 짧다. 허황된 꿈 꾸지 말고 푹 쉬고, 놀면서­ 살자.

 

- Jacklin Ramirez